새해첫날 대천바다
해변끝에 올망졸망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 파라솔로 바람을 막고 아줌마 두분이 회를 팔았다
바위도 오르고 회도 먹고 싶은 나는 탁이가 그만 가자고 하는데도 그곳으로 간다
멍게값을 물어보다 뒤를 돌아보니 탁이는 되돌아가는 중이다
으이구~
"내가 양보해서 여기 왔으면 엄마도 양보해야잖아 위험하게 거긴 왜 가려고 해?"
새해 첫날 엄니따라 바다온 탁이의 유세가 아주 꼴비다
음력으로는 섣달초하루 양력으로는 새해 첫날
바다가 꽉 찼다
파도끝자락이 인도까지 올라온다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데 아차하는 순간 파도의 기습을 받았다
나는 꼼짝없이 종아리까지 다 젖고 저만큼 있던 탁이는 살짝 젖는다
"엄마 이러지좀 마 왜 가다가 서고 뒤돌아보고 그래?"
"멋있어서 그려 너무 멋있어서 자꾸 보고 싶잖여"
"앞에도 바다가 있잖아"
탁이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묻어있다
내 속에서도 슬그머니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파도가 기세좋게 밀려온다
해변에 서있는 구조물벽이 기세좋은 그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낸다
벽에 막힌 파도가 솟구쳐오르며 하얗게 부서진다 쾅!~
다시 파도가 우우우 밀려온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백사장이 그 파도를 받는다
기세좋던 파도가 스르르 사그라든다
탁이의 짜증에 맞서면 안되겠구나
여기서 내가 짜증을 내면 벽으로 파도를 막는 일
탁이와 내가 부딪치면 새해 첫날 바다에 온 의미가 없지
내 마음속에 힘을 뺀다
"그리기~ 탁이 말이 맞네 가자~"
백사장에 스미는 파도처럼 탁이의 짜증이 누그러든다
바다에 오면 탁이한테 훌륭하신 말씀을 해주려고 했다
그러지 않았다
이 순간의 감흥을 열여덟살이 되는 탁이 몫으로 남겨둬도 될 거 같다
내가 순간순간 이렇게 느끼고 나를 다듬어나가듯
우리탁이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