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버지
2013년 11월 23일 홍성문예회관
무대의 불빛이 점점 사라지고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 어둠이 연극과 현실의 경계다
잠시 뒤 불이 켜진 무대로 배우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사람들이 박수로 그들을 맞이한다
그렇게 배우도 관객도 모두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한동안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다
자신이 죽으면 보험금 이억원이 나온다
그 돈이 자식에게 기회가 될거라며 웃으며 자살하러 나가는 아버지의 무게에 눌려
나는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눈앞에서 인사하는 배우들을 낯설게 바라본다
사는게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나이이기에 연극의 여운이 한없이 깊고 무겁다
어떤 사람들에게 인생은 최면에 걸린 시간이다
아버지처럼 자식이 크게 성공할 거라는 최면
자신이 회사에 바친 시간을 끝까지 존중받을 거라는 최면
엄마처럼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라는 최면
때로는 그 최면이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더러는 시한폭탄이 되기도 한다
시한폭탄같은 최면에 걸린 부모와 그런 부모를 보는 자식에게
최면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영화 <원데이>에서 엄마가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말한다
"너는 장차 멋진 남자가 될거야 의젓하고 다정하고 교양있고..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버지가 자신과 아들에게 성공의 최면을 거는 대신 이 엄마처럼 현재를 얘기했더라면
그들의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하지만 삶에 정답이란 없다
삶의 끝을 모른 채 그저 지금을 살 뿐이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지?
가끔 이렇게 누군가의 삶을 구경하면서 내 삶은 어떤가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