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아~물렀어~~~~

천천히2 2013. 11. 14. 10:14

장날이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탁이가 좋아하는 풀빵을 샀다

이천원에 열개

종이봉투에 두개씩 세가며 담던 아저씨가 떨이라고 남아있던걸 다 넣으신다

삼천원어치가 넘는다

신난다 이런거 진짜 좋아~

삑삑 삑삑

트럭 한 대가 들어가려는 곳으로 못들어가고 멈춰서서 연신 경적을 울린다

점점 신경질이 묻어나는 경적소리

"경운기좀 빼요~"

경적을 울리다 소용없자 기사가 차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아무에게나 소리지른다

주변에 있던 장꾼 몇이 스피커가 되어 저쪽을 보고 "경운기 빼랴~~~~"하니까

"그려~"하며 모자쓴 아저씨가 황새걸음으로 뛰는 듯 걷는 듯 오신다

저 아저씨 안다

가끔 장구경하다보면 늘 기분좋게 술에 취해 있는 아저씨다

"여기다 경운기를 받쳐놓으면 워떡해요??!!"

트럭기사가 금방이라도 한대 칠 것 같은 볼멘소리를 한다

"아~ 물렀어~~~~"

팽팽한 긴장감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물러터진 아저씨의 대답

상황끝이다

"아~ 물렀어~~~" 라는데 더 뭐라고 헌댜

아저씨의 말이 계속 귀에 매달려있다

어두워진 골목길을 피식피식 웃으며 걸었다

누가 면박을 주면 어쩔 줄 몰라했는데 앞으로 이걸 자주 써먹어야겠다

"아~ 물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