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나주와 어니언스의 '편지'

천천히2 2013. 11. 12. 11:17

산책하는 길에 기차가 들어온다

열차카페칸이 스쳐지나간다

슬그머니 웃음이 인다

저 칸에서 내가 두손 모으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편지를 열창했다

 

익산가는 첫차였다

자리로 가는 대신 해장커피를 마시러 카페칸으로 먼저갔다

아무도 없다

매점도 열지 않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우리는 앉아서 기다렸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 매점을 열 기미가 안보인다

마침 승무원이 지나가기에 물어보니 이번 기차는 카페를 열지 않는다고 한다

못먹는다 생각하니 커피가 더욱 간절해진다

 

지난번 목포갈 때처럼 카페의자에  앉아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창밖풍경을 바라본다

아무도 없는 카페칸에 둘이 있으니 기분이 특별하다

어제밤 테레비에서 편지노래를 들었다

어릴 적 듣던 노래가 너무 반가워 울컥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침부터 계속 흥얼흥얼

친구에게 불러줘야지

이왕이면 근사하게 불러줘야지

무대에 서듯 열차 카페 한가운데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내 목소리가 떨린다

편지를 건네고 돌아서는 이의 마음이 되어 목이 메인다

 

추억이 많으면

이렇게 혼자 걸으며 슬며시 웃게 되는 일이 많아지는 것

나주여행의 추억으로 내가 이렇게 혼자 산책하다가 실실 웃는다

 

 

2013년 10월 19일 한량친구와 나주로 홍탁먹으러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