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 똥
기차길 옆 풀밭에 앉아 똥을 누는 할아버지랑 눈이 마주쳤다
그 할아버지는 태연하고 내가 놀란다
하~이게 뭐야
처음에 풀밭에 띄엄띄엄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는 뭐하는건가 했다
하나같이 기차길 쪽을 향하고 오도카니 앉아있다
페트병들고 슬슬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서야 그게 모닝똥을 누는 광경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쾌한 아침 기차를 타고 가며 내내 보는 것이 어른 아이 구분없이 풀숲에 앉아 똥누는 모습이다
냄새가 나는거 같고 휴지없이 물로만 똥꼬를 닦을 그들을 생각하니 속이 울렁울렁거린다
웃긴건 똥누는 모습 보다가 기차에서 주는 짜이 마시고
똥누는 모습 보다가 기차에서 주는 아침밥을 먹었다
저니들은 우리가 쳐다보고 있는게 창피하지 않나?
내가 만약 아주 급해서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저렇게 트인 곳에서 볼일을 봐야 한다면
누가 볼까봐 불안할거고 이렇게 기차라도 지나가면 어쩔 줄 몰라하다가 보자기라도 뒤집어 쓸게다
근데 저니들은 너무 태평하다
아니 똥누며 지나가는 기차 구경하는게 오히려 재밌나보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광경이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별일 아닌 것도 같다
저만큼 떨어져 똥누는 이는 한동네 사람이니 가릴 거 없고
기차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니 가릴거 없다
그리고 밥을 먹었으니 나오는 똥인데 뭐가 어뗘
대술 엄니네 가면 가끔 대문밖에 있는 화장실 가는게 귀찮아서 뒤란으로 가서 오줌을 누곤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볼 일을 볼 때 자유롭고 상쾌했다
저니들은 매일아침이 호연지기겠구나
그런데 이 호연지기도 인도여인은 누리기가 쉽지 않은거 같다
맨 남자만 보이다가 가끔 아주 가끔 여인이 보인다
여인들은 어떻게 하나 모르겠다
아침 일찍 나올까?
여자는 어디서나 불편하구나
남자들은 좋겄다 똥싸는 것도 당당해서
에이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