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2 2013. 8. 29. 13:24

원래는 오늘 한량친구를 만나 홍탁에 막걸리를 마시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공연표가 뚝 떨어졌다

최정원 남경주 홍지민의 뮤지컬갈라콘서트

그들의 연기를 본 적이 없어서 더 기대가 되었다

한 분야에세 대가로 인정을 받는 이들이다

감동할 준비 완료

 

무엇이 문제였을까

젊은 뮤지컬배우들에게서는 열정을 느끼지 못했고

뮤지컬계의 스타에게서는 깊이를 느끼지 못했다

흥겨움에 몸은 들썩여져도 가슴이 뜨거워지지는 않았다

그 자리 그 순간에 흠뻑 빠져 공연을 즐기던 나였기에

몰입이 되지 않는 시간이 당황스러웠다

 

내 머리속에 영화로, 오리지날공연으로 새겨진 장면들이기에 그리 덤덤했을까

언젠가 같이 공연을 보고 난 선배언니가 그랬다

"너무 시시해 서울서 본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냐"

그때는 저기와 비교하느라 지금 여기를 즐기지 못하는 언니가 많이 안타깝고 한심했다

오늘 내가 그 언니가 되었다

내가 변해가고 있는데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고 불안하다

순수하게 늙고 싶은데

고집스럽게 늙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거 같아서 뜨끔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