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랑이쁜이랑

고마운 탁이 고마운 이쁜이

천천히2 2013. 6. 24. 15:45

"중학교때는 일찍 끝났으니까 주말에 이렇게 공연보러 와도 괜찮았는데

솔직히 지금은 아닌거 같아

평일에는 밤늦게 끝나니까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잖아

근데 주말에 이렇게 나오면 내 시간은 하나도 없는거야'

탁이가 심각하게 말한다

생각해보니 탁이말이 맞다

이제 탁이와 이렇게 공연나들이를 하는건 어렵겠다는 걸 깨닫는다

 

그동안 우리탁이랑 공연보러다니는게 참 즐거웠다

탁이에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시간 되는대로 기회 닿는대로 여건 되는 대로 나섰던 공연나들이

탁이는 재미없어 했어도 탁이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에미마음은 뿌듯했다

쏟아붓는대로 시루밑으로 줄줄 새는 물이 콩나물 키워내듯

우리탁이가 흥미없대도 재미없대도

이 순간 이 자리가 우리탁이인생에 아름다운 무늬를 남길거라고 생각해 그냥 좋았다

 

탁이가 툴툴거리면서도 엄니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따라나서기에

아직 그럴 시간이 더 남았으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탁이말을 듣고 그 시간이 다 채웠졌음을 느낀다

우리탁이는 이제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생을 채워나갈 만큼 큰 것이다

아주 훌륭하게 자란 우리탁이가 인생을 잘 지어나갈 것을 믿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든 탁이 얼굴을 본다

이렇게 소중하고 귀한 탁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우리탁이 우리이쁜이 덕분에 나도 참으로 수많은 감동을 만났다

나 혼자였으며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탁이 이쁜이처럼 멋진 파트너를 만나서 내가 너무나 큰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구나

"고마워"

내가 고맙다고 하는 말을 잠든 우리탁이가 들었으려나

에미가 이렇게 고마워하는 것을 우리탁이 우리이쁜이가 알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