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국연극제 6월15일 광주 극단 얼 아리 우렁각시?!

천천히2 2013. 6. 16. 12:42

사십대초반 예민한 남자의 자기성찰이 치열하다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돌아보니 역겹다

악취가 풍긴다

이 악취를 다른 사람도 맡을거 같아 두렵다

쌓이는 술병이 위로가 되지 못한다

가능하다면 흔적을 없애고 싶다

내 손으로 저 어리석고 혐오스런 내 모습을 지우고 싶다

하지만 지워버렸다 생각해도 어느새 스멀스멀 일어나는 기억속의 나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도 저랬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

더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늘 머리속이 시끄러웠던 시간들

그남자만큼 처절하지는 않았어도

그남자속을 짐작할만큼은 혼란스러웠던 마음

 

강아지 제꼬리 잡으려 맴돌듯

나를 쫓는 나를 멈추게 한 것은 나에 대한 인정 그리고 위로

지금서 돌아보면 어리석고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그 과정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된 것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내 인생의 자양분이다

부인과 질책이 아닌 인정과 위로가 나를 편안하게 했다

 

그남자에게 그렇게 심하게 스스로를 몰아부치며 살지 않아도 좋은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의 혼란도 그 남자의 살아가는 과정이다

끊임없이 밥을 챙겨주는 아내가 곁에 있다는 것은

그가 이 혼란의 터널을 잘 빠져나올 것이라는 희망의 암시다

비록 곁에 없는 아내지만 

그는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에 사랑이 우렁각시처럼 그를 일으켜세울 것임을 안다

 

제목 우렁각시?!

물음표와 느낌표가 절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