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작은 쓰레기

천천히2 2013. 4. 16. 10:02

어라 이게 또 있네

이걸 치워야하나 말아야 하나

아 싫다 싫어 나도 안할거야

손만 씻고 배수구 거름망 위에 있는 쓰레기를 그대로 둔 채 그냥 나왔다

찜찜하다

아~ 찜찜하다

 

직원 하나가 얼마전부터 한약을 먹고 있다

그 직원이 가위로 자른 한약봉지 꼬다리를 수도가에 버린다

애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래 당최 이해를 못하겠다

버리는 사람도 이해안가고 배수구 거름망에 쓰레기가 모여도 치울 생각을 안하는 직원들도 이해를 못하겠다

매번 나만 한다는 생각에 욱 하다가 별거 아닌거 같고 유난떤다고 스스로 책망하며 치운다


어제는 투덜투덜거리며 쓰레기를 치우려다가 이 상황이 너무 싫어졌다

불평하면서 치우느니 차라리 나도 치우지 말고 그냥 냅두자

버린 사람이 자기가 버린 쓰레기가 마냥 그자리에 있으면 미안해지겠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치울지도 모르잖아

나는 왜 그릇도 안되면서 착하려고 애쓰냐구

근데 사무실을 찾은 손님이 여기를 보면 우리 사무실 직원 모두를 칠칠맞다고 흉볼지도 몰라

내가 칠칠맞은 사람으로 보이는거 싫어 갈팡질팡

화장실을 갈 때마다 작은 쓰레기를 쳐다보며 무슨 중차대한 일인것마냥 심각했다

 

오늘 아침 손을 씻으러 갔는데 그 작은 쓰레기는 여전히 그자리에 있다

아홉명의 직원이 있는 사무실인데 아무도 치우지 않은 것이다

치울까 말까 또 고민한다

방치된 쓰레기를 지켜보는 마음과 치우는 마음 둘 중 어느 것이 더 괴로운가 잠시 생각해본다

아직은 치우는 마음이 더 불편하다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나왔다

아주 작은 쓰레기 하나가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이틀 째 흔들고 있다

 

그 직원이 그 자리에다 다시 한약봉지 꼬다리를 버렸다!!!!!!!

치울까 말까 고민하는게 의미가 없어졌다

아무도 쓰레기를 치울 생각을 안하는 곳에서 나만 치우는건 호구다

선의로 살고 싶지만 호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살면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퇴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