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26년

천천히2 2012. 12. 18. 15:42

영화를 보는 동안 막막하고 답답하고 울분이 쌓여

영화가 끝나고도 일어설 수가 없었다

끝난 줄 알았던 영화는 잠깐 다시 이어지더니

오늘도 여전히 교통신호를 조작하는 특별대우를 받으며

유유히 지나가는 그 사람의 차를 보여준다 

마지막 남은 기력마저 잃게 하는 잔인한 장면이었다

 

멍하니 앉아

이 특별한 영화를 만든 이들의 이름을 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그들의 이름이라도 지켜보는 것밖에 없구나

미안해하면서 고마워하면서 화면을 보는데 

1만몇천명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이름이 뒤이어 올라온다

화면을 꽉 채운 이름들이 끝이 없다

그 화면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영화를 보면서 쉽게 울지도 못했던 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그것은 좌절감에서 나를 일으켜세운 명장면이었다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기억하고 뜨겁게 지켜보고 있으니  

결코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거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흔적은 남을 것이고 

그 흔적이 쌓여 결국에는 그 바위를 깰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배우들과 

가슴속에 있는 뜻을 실천하는 멋진 개인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영화다

나는 이 영화에 아무것도 보태지 않았다

그것이 뒤늦은 후회로 남는다

 

탁이와 함께 보았다

그나마 이거라도 해서 다행이다

 

영화의 후유증이 크다

억울한 죽음에 어떤 이유가 있다한들 그 한이 덜하겠는가마는

전쟁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고

권력이다

권력을 쥐겠다고 벌인 살육이고

그 권력이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오랜세월 두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다

그 고통이 새삼스럽다

찬바람맞으며 오래도록 걸어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는다

내가 이럴진대 당사자들은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