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영화를 보는 동안 막막하고 답답하고 울분이 쌓여
영화가 끝나고도 일어설 수가 없었다
끝난 줄 알았던 영화는 잠깐 다시 이어지더니
오늘도 여전히 교통신호를 조작하는 특별대우를 받으며
유유히 지나가는 그 사람의 차를 보여준다
마지막 남은 기력마저 잃게 하는 잔인한 장면이었다
멍하니 앉아
이 특별한 영화를 만든 이들의 이름을 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그들의 이름이라도 지켜보는 것밖에 없구나
미안해하면서 고마워하면서 화면을 보는데
1만몇천명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이름이 뒤이어 올라온다
화면을 꽉 채운 이름들이 끝이 없다
그 화면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영화를 보면서 쉽게 울지도 못했던 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그것은 좌절감에서 나를 일으켜세운 명장면이었다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기억하고 뜨겁게 지켜보고 있으니
결코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거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흔적은 남을 것이고
그 흔적이 쌓여 결국에는 그 바위를 깰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배우들과
가슴속에 있는 뜻을 실천하는 멋진 개인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영화다
나는 이 영화에 아무것도 보태지 않았다
그것이 뒤늦은 후회로 남는다
탁이와 함께 보았다
그나마 이거라도 해서 다행이다
영화의 후유증이 크다
억울한 죽음에 어떤 이유가 있다한들 그 한이 덜하겠는가마는
전쟁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고
권력이다
권력을 쥐겠다고 벌인 살육이고
그 권력이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오랜세월 두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다
그 고통이 새삼스럽다
찬바람맞으며 오래도록 걸어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는다
내가 이럴진대 당사자들은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