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홍탁과 눈꽃
천천히2
2012. 12. 10. 16:23
"애 토요일 일요일 눈오고 경장히 춥다더라 놀러가는거 다음으로 미뤄라"
엊그제밤에 엄니가 전화하셨다
"예 친구한테 얘기해볼께요"
여행미룰 마음 전혀 없지만 당장이라도 엄니마음 편하시게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전날밤 엄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엄니 저희 그냥 가기로 했어요 기차타고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아이구 모르겄다 니가 알아서 해라"
엄니걱정하는 마음 아랑곳않는 며느리가 속상하셨는지 울엄니 전화를 뚝 끊으신다
엄니 지는요 눈보라가 더 몰아쳤으면 좋겄어요
눈보라속 겨울여행을 하고 싶어요
시베리아를 가고 싶은 제가 이런 추위가 무섭다고 못가겄어요
열차까페 창밖으로 설경이 길게 길게 펼쳐진다
눈앞에서 눈보라가 꽃을 만들어내고 있다
온통 눈꽃천지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눈꽃의 화양연화
햇살이 조금도 닿지 않은 눈꽃의 화사함이 눈부시다
이렇게 멋진 행운을 만나다니 아 감사해라
눈보라속에서 들길을 걷는 한사람이 보인다
일부러 나선 산책길인듯 발걸음이 여유있다
저 모습이 나의 모습이다
누군가에게는 춥고 불편한 눈보라지만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간다
아이구 기특한 나
암만~ 이래야지
따뜻하고 편안한 것에 길들여지지 말자
길에 나서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내 것이 되잖아
홍어찾아 목포가는 겨울여행길이 환상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허참 거참 좋아서, 좋아서, 너무 좋아서 말도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