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언니
나만 그렇게 느낀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보기도 그랬나보다
원숙언니말이
"요즘 너 선자언니 눈밖에 난거 같더라
전에는 무조건 니가 일순위였는데 요새 별로 안챙겨"
눈밖에 났다는 표현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언니 말이 맞다
언제부터인가 선자언니와 멀어졌다
언니에게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고 그게 무안해서 요즘은 문자도 안한다
화양연화때 만나도 대화가 겉돌았다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특별히 내가 언니에게 실수한게 있는거 같지는 않다
혹시라도 내가 정숙씨와 가까이 지낸다는 것이 이유가 될지 모르겠다
언젠가 선자언니가 정숙씨 남편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할 때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언니답지 않구나 생각했다
선자언니 남편과 정숙씨 남편이 같은 학교에 근무하니 그 영향으로 서로가 편치않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정숙씨도 별말 없고 선자언니도 별다른 얘기는 없어 우리셋이 만나자는 얘기도 몇번인가 꺼냈다
그런데 매번 선자언니의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선자언니가 정숙씨를 불편해하고 그래서 나와도 이렇게 되었구나
내가 짐작하는 유일한 이유다
좀더 고민하다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은 멀어진 이유가 아니다
지금 선자언니는 나와 이만큼의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내가 속없이 굴면서 언니의 경계심을 풀고 지금의 거리를 좁힐 수도 있지만 그냥 이대로 두기로 했다
선자언니가 그러고 싶을 때는 그러도록 두는 거다
우리가 좋은 인연이라는 것을 믿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옆에 있는거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함께 흐르다 가끔은 따로 흐르고 그러다 다시 만나는 거
인연의 흐름대로 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