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그냥 립스틱을 발라본다
내친 김에 펜슬로 눈썹도 그려본다
숱많고 검은 눈썹이라 잘못건드리면 산적이 되는데 잘못건드린거 같다
오늘은 산적두목같다
그래도 화장하는 기분이 괜찮다
근데 기분만 괜찮다
거울속의 화장한 내 얼굴은 영 아니다
옛날에 엄마화장품 갖고 화장한 내 얼굴을 보고 아버지가 몽타쥬같다고 했다
삼십년이 지난 얘기가 오늘도 딱 맞는다
사진으로는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정면으로 찍고 살짝 고개를 틀고 찍고 옆모습도 찍는다
내 사진을 놓고보니 연예인들은 보통 이쁜사람들이 아니다
울퉁불퉁 너부데데한 얼굴에 어색한 화장까지 더한 내 얼굴은 원시인같고 남자같다
더 심란한건 표정이다
얼굴생김이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치고 표정은 왜 이러지?
고약한 성미가 보이는 아줌마다
나는 순하고 인자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너그러운 노인이 되어 고목나무그늘처럼 다른사람들을 품어주고 싶다
그렇게 늙고 싶어서 안되는 마음그릇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리고 내 일상이 만족스럽고 참 행복하다
그러니 내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보일거 같은데 마흔중반의 내얼굴에는 따뜻함이 없다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봐도 수심이 보인다
뭐지? 이 그늘은..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성격이 소심하다보니 일상적인 일들을 쉽게 보아넘기지 못한다
내맘같지 않은 일들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고민이 많으니 이렇게 고약한 얼굴이 된거같다
이렇게 늙으면 안되는데 큰일이다
많이 웃고
많이 배려하고
많이 이해할 것
나를 위해서 늦기 전에 더 열심히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