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저녁풍경

천천히2 2011. 11. 7. 20:01

 

토요일에는 산에 갔다왔더니 피곤해서, 일요일에는 서울 갔다 오느라 엄니에게 못갔다

 

엄니가 기다리셨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는데 엄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사골끓여놨는데.,,.어제 올 줄 알았더니..,,"

 

"탁이랑 어디좀 갔다오느라구요. 이번주 토요일에 갈게요"

 

"토요일까지 둔다고?"

 

"그럼 오늘 퇴근하고 갈까요? 다섯시 퇴근이니까 이십분차 탈 수 있어요"

 

"그려 준비해놀테니 그차 타구 와라"

 

에고 이렇게 기다리셨는데 내가 토요일날 어려워두 갈 걸 그랬다

 

퇴근후 엄니 좋아하시는 소보루빵 사들고 버스를 탔다

 

차턱에서 버스에 탄 채로 엄니가 주시는 가방만 받아들고 되돌아왔다

 

오늘도 가방이 무겁다

 

국물만 주시지 뭐를 이렇게 또 넣으셨다나 가방을 들여다보니 커다란 무수 두 개가 보인다

 

염치없는 중늙은이며느리는 이렇게 맨날 엄니가 챙겨주시는 것만 덥썩 덥썩 받아먹는다

 

얼마쯤 가는데 발치에 놓아둔 가방에서 새어나온 물줄기가 슬금슬금 버스바닥을 기어간다

 

뭔일이랴? 가방을 뒤적여보니 시레기봉지가 들어있다

 

아이고 많이도 담으셨다.

 

어떻게 추스릴 방법이 없다

 

시골길에 흔들리는 버스따라 물줄기가 이리저리 가지를 치며 기사아저씨 뒤까지 기어간다

 

아직 기사아저씨는 눈치를 못채셨다

 

기사아저씨가 성미고약한 사람이면 큰소리로 사람무안하게 할 지도 모른다

 

미리 얘기를 해야만 했다

 

"아저씨 제 가방에서 물이 나왔네요 시레기삶은 물이라 냄새는 안나는데 죄송해요"

 

"생선물 아니면 괜찮유. 청소하러 들어갈거유"

 

천만다행이다 

 

웃긴건 내가 너무나 태평하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라면 무지 당황했을 일인데 냄새나는 물두 아닌데 뭐 워뗘 속으로 이러구있다

 

버스바닥을 난 치듯 혼자 이리저리 가지치는 물줄기를 보고 슬그머니 웃기까지 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아줌마가 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