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골산 - 투명인간
"안미서워유?"
"미서워유~"
"근디 왜 혼자왔댜 혼자다니지 마유"
초입서 만난 할머니 두 분이 걱정하시는 소리를 뒤로 하고 천천히 별천지로 들어선다
지난주 청명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빛나던 계곡이
오늘은 오래전 추억처럼 아슴한 안개속에서 희미하다
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내가 걷는게 아니고 저절로 내 몸이 천천히 계곡으로 스며드는 기분
그러다 느닷없이 느껴지는 두려움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그만 돌아가야할 것 같은데 계곡에 홀린 발길은 돌려지지 않는다
투명인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아무런 두려움없이 그냥 내 마음껏 걸을 수 있을텐데
나를 감춰줄 투명망또가 간절했다
나의 이런 불안은 괜한 걱정일까
누구든 이런 풍경속에서는 마음이 순해지지 않을까
짐승같은 놈들은 이런 곳에는 일부러 힘들게 오지도 않을꺼야
혼자 오만생각을 하며 걷는데 뒤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두분이 오신다
어찌나 반가운지 정월초하루인사를 했다
"혼자왔슈?"
"예 그러잖아도 무서웠던 참인데 너무 반갑네요"
"여기는 혼자다니면 위험해유"
"그러게요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다음부터는 혼자오지 마유"
아저씨들하고 거리를 얼마큼 두고는 천천히 따라 걸었다
모래시계 이정재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말없이 저만치 떨어져서 함께 이 산길을 걸을 사람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혼자있는 시간이 참으로 여유로워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데
두려움에 두리번거리며 누구 없나 찾는 현실이 안타깝다
똑같은 길을 걷는데도 돌아올 때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내가 모르는 곳으로 향할 때 두려움은 저혼자 더 부풀려지는것 같다
이러니 나이들수록 자꾸 내가 알고 있는 것, 익숙한 쪽으로 마음이 가는 거겠지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달팽이처럼 내 안으로만 파고 들어가 결국에는 뚜껑을 닫아버리게 될지 모른다
오늘 내가 두려워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한 곳인거다
그러니 움추러들지 말 일이다
그래도 다음에는 호신용으로 스틱을 갖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