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2 2011. 10. 28. 17:15

 

탁이가 토요일날 예당저수지로 친구들과 놀러간다

회비가 만오천원인데 그걸 목요일날 걷기로 했단다

열명정도인데 그러면 십오만원이다

큰돈인데 잃어버리면 어쩌나 노파심이 생긴다

아침에 돈을 주려다가 한마디 건네본다

"탁아 회비를 토요일날 걷자구 하지 그랬냐?"

"이미 오늘 걷기루 했어"

"큰돈인데 갖구 있다가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려구 그려 낼 걷자구 얘기해봐"

"엄마가 해봐"

탁이가 노골적으로 귀찮아한다

"탁이일인데 왜 엄니더러 하라는겨

탁이도 그 일원이니께 제안을 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의논을 해나가는거지"

"나 그러기 싫어"

마음이 열리지 않았는데 듣기 싫어하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냥 돈을 주었다

아이들이 돈을 잘 관리하면 좋은 일이고 만에 하나 돈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어른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걸 배우게 되는 것이니 그것도 나쁜 일만은 아니다

아쉬운 것은 탁이가 좀더 적극적이었으면 하는거다

남이 하자는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자기의견도 분명하게 밝히고 주도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

조용하고 생각이 깊은 탁이가 참 훌륭한데 가끔 자신없어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우리탁이를 주눅들게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해진다

우리애기들이 어렸을 때 심리학책을 많이 봤더라면 좀더 잘했을 것 같은데 참 아쉽다

시기를 놓치긴 했지만 기회를 다 놓친 것은 아니니 내가 더 노력을 해야겠지

탁이에게 좋은 에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