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선택

천천히2 2011. 9. 30. 10:27

사무실 앞자리에 앉은 직원이 매일 이십분씩 늦게 출근한다

직장의 기본인 출근시간도 지키지 않는 그의 무례함이 너무 싫었다

더구나 늦는 이유가 아침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한심하기까지 했다

기본이 안된 사람에게 내가 예의를 갖추고 싶지 않아 어느날부터 아침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참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코앞의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게 마음의 짐이 된 것이다

상대방이 어떻든 나는 내 도리를 해야 하는데 내가 유연하지 못하구나

매일아침 부딪치는 시험이었다

 

내가 출근시간을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나쁜 평가를 받기 싫어서이다

나는 아침시간의 느긋함 대신 성실하다는 평판을 선택했다

그 사람의 출근시간은 그 사람의 선택이다

그 사람도 지각을 하면 다른 직원들이 비난할 거라는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감수하고 그는 지각을 하는 것일게다

그렇다면 내가 그의 행동에 대해 불편해할 일이 없다

그는 그가 선택한 그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는 내가 선택한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이렇게 정리가 된다

마음속으로 바람한줄기 지나가고 후련해졌다

내일아침에는 내가 조금 편안해지려나

 

그 직원을 보고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인사를 건네지는 않았다

그러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건 내 그릇을 넘어서는 일이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