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금오산 - 개미와 매미
천천히2
2011. 9. 15. 09:35
오솔길을 걷는데 뒤집혀진 매미 한마리가 발끝에 보인다
이대로 두면 오가는 등산객발길에 밟힐 거 같다
길가로 옮겨놔야겠다
자세히 보니 매미는 아직 다리를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다리에 개미 몇마리가 달라붙어있다
매미 밑으로 개미가 바글거린다
끔찍해라
매미의 똥그란 눈이 놀란 것도 같고 공포에 질려있는 것도 같다
마음이 아프다
다 큰 매미도 아닌데 얼마나 무서웠을까
매미를 길가 바위 위에 올려놓는다
개미 몇마리가 아직도 머리에 붙어있다
이 개미들은 식량을 마련하는 것인데 내가 방해하는구나
나의 알량한 감상이 자연의 섭리를 방해하는게 아닌가 싶다
개미에게 미안하다
너희들 식량을 뺏는게 아니야 조금만 기다리라는거야
개미에게 사과한다
되돌아오는 길에 매미가 궁금해 살펴봤다
매미가 바위 위에서 기어다니고 있다
아직 이렇게 더 살 수 있는 매미였다
개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얼마를 더 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매미가 개미에게 산 채로 뜯기는 일만은 피하기를 바랄 뿐이다
2011년 9월 29일
사무실회식이 있었다
메뉴는 쇠고기와 대하
다들 고기를 구워먹는데 나는 대하가 맛있다
살아있는 것을 포장해왔는데 몇마리는 펄떡거리고 대부분 죽었다
대하는 생으로 먹는게 더 맛있다
죽은 걸로만 골라서 껍질을 벗겨 먹는데 아우 왜 이렇게 맛있는거야
머리를 뗄 때 꿈틀거리면 기함하고 내던진다
가속도가 붙다보니 나중에는 아직 살아서 다리를 꼼지락거리는 것도 먹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내가 금오산의 개미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