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랑이쁜이랑

탁이가 사라졌다

천천히2 2011. 9. 6. 12:59

탁이가 사라졌다

여탕에 가서 탁이가 갈아입을 옷 챙겨갖고 올라오는 시간이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 탁이가 사라진 것이다

처음엔 화장실 갔으려니 생각하고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남탕직원에게 부탁했다

탁이를 찾는 안내방송소리가 들린다

서너번 방송이 나갔는데도 탁이는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직원이 나오더니 안을 다 찾아봐도 없다고 말한다

갑자기 겁이난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찜질방에 비상이 걸렸다

직원 서너명이 온 건물을 찾아다녔다

나도 울면서 찜질방을 두번 세번 가보고 식당도 가보고 피시방도 가본다

없다

우리타기가 납치됐는가보다

우리탁이가 변태한테 납치된거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직원에게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매달렸다

직원들은 중학생인데 별일 없을거라고 흥분한 나를 진정시키지만 나는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다

이 먼곳까지 와서 우리탁이를 잃어버리다니 난 어떡하면 좋아

이런 악몽이 없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남탕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데

건너편 계단으로 맹하게 생긴 탁이가 천천히 지나간다

"야 이 나쁜놈아~~~~~~~~~"

쫓아가서는 계단에 털석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우는 내 옆에서 탁이는 쪽팔린다는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세상에나 그 난리굿을 치는 동안 탁이는 일층 로비에 있었단다

방송을 듣고도 카운터가 어딘지 몰라 그냥 나를 찾아 다녔다는 탁이

탁이는 멍청하고 또 멍청한 아들이고

나는 범죄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과대망상에  걸린 에미다

대구 찜질방에 울려퍼진 안내방송

'충남 예산에서 온~"

군망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