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2011년 짧은글(7.01~08.31)

천천히2 2011. 7. 7. 13:06

2011년 7월 7일 

오래전 어느 여름날 

잠자는 엄마얼굴을 들여다보다  

장난삼아 굵은이마 주름을 펴보니 

주름사이로 숨어있는 너무나 하얀 선..     

 

2011년 7월 7일 

해부용 시신도 수입한단다 

기증된 시신이라면 숭고함이라도 있지 

거래되는 시신이라니.. 먹먹하다     

 

2011년 7월 13일

부실한 나무에다 부실한 집을 지은 비둘기 

연이어 비오는 며칠 동안 알을 품고 있었다 

지붕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오늘은 어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회색털뭉치가 꼬물거린다 

새끼가 태어났다

어미는 먹이를 구하러 나갔는가보다 

또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지붕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2011년 7월 13일 

공선옥의 소설은 여유가 있다 

상황이 참 암울한데도 그 속에 빠진 사람들은 여유있다 

절망앞에서 낙담하다가도 

그들의 여유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희망이 보인다 

나중에 전라도에 가서 잠깐이라도 살 생각이다 

전라도말이 아주아주 매력있다 

꽃같은 시절이 날 피식피식 웃게 한다     

 

2011년 7월 13일 

장구경갔는데 탐스런 산딸기가!!!! 

비와서 맛은 없다는 할머니말씀 

그래도 오동통한 그 모양에 홀려  

하나만 먹어봐도 되요? 

그류~ 

맛과 향이 아주 희미하다 

아 이것을 워쩌나 

한 보세기에 오천원이라는데 사기가 망설여진다 

그래도 자그마한 할머니한테 미안해서 도저히 먹고만 갈 수가 없다 

맛은 없어도 타기에게 산딸기구경시키는 재미는 있겄지 

의외로 맛없다면서도 타기가 재밌게 먹는다     

 

2011년 7월 18일 

용옥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향피워놓고 좋은 곳에 가시라고 인사했다 

그곳에 가시거든 우리엄마 아부지한테 제가 많이 미안해 한다고 전해주세요     

 

2011년 7월 19일 

양산쓰고 출근하는 골목길 

맞은편에서 양산쓰고 오시는 할머니

양산 번쩍 들고 지나가려는데  

할머니도 덩달아 양산을 높이 드신다 ㅎㅎ 

나보다 키가 한참 작은 할머니인데 어쩌시자는건지 

정겹고 구여운 할머니     

 

2011년 7월 22일 

방학인데도 보충학습 때문에 학교에 가는 타기 

투덜거리면서도 삼일째 잘 가고 있다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하는게 성실함이고 

재미있는 일도 내 의지로 그만 두는게 절제력이라고 한다 

성실한 우리타기     

 

2011년 8월 1일 

향천사 마당에서 잡풀을 뽑는 아저씨의 팔토시에 구멍이 뽕뽕 나있다 

몇천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인데 저러도록 안버리시네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사시는 분인것 같아 감동한다 

오천원 만원을 쉽게 생각하는 나를 반성한다     

 

2011년 8월 2일 

머리핀을 꽂으려는데 흰머리 하나가 보인다 

뽑으려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몇번 하다가 그만둔다 

부질없다 

내비 두자  

앞으로 나올 무수한 흰머리까지.. 

내가 늙어가는걸 그냥 지켜봐야겠다     

 

2011년 8월 3일 

나는 써니를 보고 싶었다 

타기는 트랜스포머를 보자고 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타기와 트랜스포머를 봤다 

재미없다는 이쁜이말과는 다르게 우와 재밌어라 

타기는 아주 푹 빠졌다  

특히나 쇼크웨이브에 꽂혀 계속 귀엽다고 난리다  

피규어산다고 돈을 모은다 

좋은놈보다 나쁜놈이 더 끌린다는 타기 

타기가 오토봇이름을 말할 때 나는 기억도 못한다 

그래도 타기는 시부정찮은 내 대답에도 누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종알종알종알종알 

이러는게 참 좋다 

써니를 봤더라면 이러지 못했겠지 

타기기준으로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2011년 8월 3일

이쁜이가 왔다

타기에게 줄 도너츠를 사갖고

내일 아침으로 버스에서 먹으란다

여행떠나는 동생 챙겨주려고 온 이쁜이가 참 기특하다  

 

이쁜이가 권하는 도너츠를 맛있다고 두개나 먹었다

열시 넘은 시간 달디단 도너츠라니 

살찌는게 걱정됐지만

이쁜이마음이 내게는 더 소중했다  

 

2011년 8월 3일

선자언니가 타기여행간다고 저녁을 사주고 용돈을 줬다

요즘 언니형편도 썩 좋은 편이 아닌데 이렇게 챙겨준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항상 받기만 해서 염치없고..

복많은 우리타기가 선자언니의 관심과 정을 오래오래 기억하기를 기도한다  

 

2011년 8월 5일

타기금단현상이다

시도때도 없이 우리타기~하면서 전화하고 싶다  

 

2011년 8월 7일

태풍바람이 거세다

무한천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논위에서 수면위에서 펼쳐지는 바람의 예술이 황홀하다

날 위해 울지 마오

나는 거기 없소 

나는 불어대는 천개의 바람을 흥얼거린다

나도 죽어 바람이 되어 풀잎을 간지르고 숲을 춤추게 해야지

천개의 바람이 되어  

 

2011년 8월 8일

비바람이 쳐서 장이 안서려니 했는데 

놀랍게도 전을 벌인 장꾼들이 많다

나라면 비 핑게대고 하루 쉬었을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2011년 8월 8일

야니공연가고 싶은데 표값이 비싸다고 했더니

우리이쁜이 "우잉 히경이가 보내주깡?" 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까불끄야?????!!!!"

밥사주고 싶어하고 표 사주고 싶어하는 우리 이쁜이

이쁜이는 점점 어른스러워지고

나는 점점 애같아진다  

 

2011년 8월 9일

이쁜이가 성적미달로 기숙사를 나와야 한다

거처를 찾아야 하는 것은 큰일인데 

이쁜이한테는 좋은 자극이 될거 같다

공부에 열의가 없어보여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다

적당한 고생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문제는 이쁜이한테는 작은 고비인데 

나한테는 큰 문제라는거다

자  문제는 돈이다 돈 

어째야쓰까~~~~~~  

 

2011년 8월 9일

찬밥 끓인거에 신오이김치 하나 놓고 저녁을 먹었다

된장찌게가 먹고 싶었지만 

타기도 없이 혼자 먹는 밥인데 뭘 끓이나 

기냥 먹었다

십수년을 홀로 지내신 엄니생각이 많이 났다  

 

텔레비젼을 켜지말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혼자 적적한 마음에 티비를 틀어놓으면 

한도 없이 멍하니 앉아있게 되더라

그렇게 늙으면 안되겠더라  

 

2011년 8월 10일

따뜻하고 부드러운 자두목덜미에 코를 묻는다

쓸쓸한 마음이 위로가 된다

자두마저 없었더라면 

이 허전함을 어찌 했을꼬

고마워 자두야

내 인사를 받는 자두의 맑은 눈동자를 보니 눈물이 난다

이제 일주일 지났다  

 

2011년 8월 10일

라디오음악이 아까워 잠자기 싫어라

그래도 출근해야 하니 졸립지 않아도 잠자리에 든다

열두시 반까지 버티는 매일의 일상  

 

2011년 8월 11일

이쁜이랑 방얻는걸 상의하는데

울컥울컥 화가 치민다

조금만 더 공부에 신경쓰지 그럼 기숙사에서 나올 일도 없고 

이렇게 사십만원이네 삼십오만원이네 골치아픈 일도 없었을꺼 아녀

다행히 네이트로 대화하는거라 내 감정을 숨길 수 있었지

전화통화였으면 원망과 짜증을 숨기지 못해 이쁜이에게 상처를 주었을게다

살면서 이만한 일이 무에 그리 대수겠는가 

이보다 더한 일도 만날 텐데 하면서도 

당장 생각도 안하던 돈이 들어갈 걸 생각하니 

참 속이 시끄럽다  

 

2011년 8월 13일

등산화,베낭, 골프우산, 시골길

이 상황에서 옆을 지나가던 차가 저 앞에 멈춰서서 기다리면 

이건 당연히 태워준다는 뜻이렷다

세시간 가까이 걸어 고단한 다리는 얼씨구 저 차를 타라고 하고

시원한 바람이 자유로운 마음은 끝까지 걸으라 한다

호의를 거절하면 저사람이 무안할 텐데 어쩌지? 걱정하며 다가가는데

얼래? 가까이 왔는데도 차문이 열리지도 않고 창문도 내려가는 기색이 없다

지나치며 슬쩍 고개를 기울여 안을 봤더니

운전석에 앉은 아빠가 조수석에 앉은 어린아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있다

아 무안해라 헛물지대로다  

 

 

 

 

2011년 8월 15일

금오산매미가 맴맴맴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엠

듣는 내가 숨차게 맴맴맴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엠

저렇게 애절하게 절실하게 짝을 부르니 

짝짓기는 오죽이나 공들일까

틀림없이 매미후손들은 잘 될게다ㅎㅎㅎㅎ  

 

건들지나가는 바람이 좋아 만세를 부른다

허리춤으로 파고드는 바람 시원하고 부드럽다

연인의 손길이 이럴까

이리 파고드는 연인이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아이구 고것참  

 

2011년 8월 16일

자료정리를 하는데 매출세금계산서가 나왔다

머리카락이 쭈볏 선다

두근두근 덜덜덜 확인해보니 누락된거다

이럴수가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도 이런 일이 생기네

금액을 따져보니 가산세 합해서 내야할 돈이 74000원

이곳 사장님은 설명하면 이해는 하실 분인데 가산세만 내가 부담하고 얘기를 할까

아냐 이정도 금액이면 내가 다 부담하고 업체 모르게 넘어가는게 좋겠다

칠만원으로 내 자존심을 지키자 

에효효 내 이틀치 품값이 날아갔다  

 

지금쯤 타기가 비행기를 탔겠다  

 

2011년 8월 18일

출근길에 양산을 쓸까 하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햇빛이 좋아 그냥 걸었다

양산이 할 일이 없는 여름이다  

 

2011년 8월 18일

맘마미아뮤지컬을 보고 

나를 위해 프로그램에 아버지역을 한 배우의 사인을 받아온 타기

엄마역 배우의 사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잘 안됐단다

타기가 사인받을 생각을 했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평소 공연끝나고 사인받으려고 애쓰는 나를 놀리던 타기였다

우리타기는 어쩜 이렇게 마음쓰는게 깊은지

타기의 특별하고 귀한 선물에 내가 참으로 행복하다  

선물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타기 

 

2011년 8월 19일

나는 타기와 이쁜이의 환경이다

잘 살아야 한다  

 

2011년 8월 19일

출근길에 습관처럼 보게 되는 빈 비둘기집

빗물 새는 엉성한 집에서 꼼짝않고 알을 품던 비둘기

며칠 후 꼬물거리던 회색털뭉치를 보았을 때의 감격이 새록새록한데

빈 둥지는 하루하루 엉성해져간다

애초부터 둥지가 너무 허술해서 의아했다

이렇게 잠깐 머물다 갈 집이어서 그만큼만 공을 들였는가보다

필요한 만큼만 해결하며 사는 비둘기가 삶의 고수다

 

8월 20일

이쁜이에게 택배를 부치는데 아저씨가 휴대폰보고 주소를 적다가

발신자이름이 엄청이쁜이인 것을 보고는 웃으신다

"엄청 이뻐유?" 

"예~ 엄청이뻐요 ㅎㅎ"

아저씨가 이쁜이이름 밑에다 괄호하고 엄청이쁜이라고 적으신다 오예~

 

2011년 8월 21일

산길을 갈지자로 오르고 내려온다

훨씬 수월하다

고비를 넘기는 훌륭한 방법이다

저 사람 왜 저렇게 갈지자로 휘청거릴까 

가끔은 한심하기도 했던 누군가의 삶도

그러고보면 고비를 넘기기 위한 그나름의 노력인게다

갈지자로 헤매는 사람을 만나면

따뜻하게 지켜봐줘야겠다

그냥 막 사는 사람은 없는거다

 

2011년 8월 21일

산에서 내려와 마트에 들렀는데

문언니도 만나고 선언니도 만났다

문언니는 "외롭게 혼자?"라고 말했고

선언니는 "그렇게 하고?"라고 말했다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거 같다

 

2011년 8월 23일

카다피에게 저항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시위에 가담한 사람이 소리없이 사라진다는 기사는 공포였다

나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엎드려있겠구나 생각했다

이길 수 없겠구나 절망하고 있는 사이

그들은 무지막지한 미치광이를 상대로 계속 싸웠고 결국은 승리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리비아여인의 사진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2011년 8월 24일

오세훈이 무상급식투표에서 무참하게 깨졌다

참 구차한 모습이었다

문득 그의 아내가 궁금했다

옆에서 남편을 지켜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안철수는 사업을 하면서 목표를 돈에 두지 않았기에 거액의 인수제안에도 흔들지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나 감동적인 말이었다

오세훈과 안철수는 극과 극의 유형인거 같다

 

2011년 8월 25일

유통기한이 지난 보리차팩을 버렸다

다른 직원이 그것을 보고는 꺼내서 종이각을 분리해 버린다

나만큼 찬찬히 챙기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안할까 나만 잘하는거라고 속으로 기고만장했다

나는 그들의 부족한 일부분을 채워주는거였고

그들 역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거였다

 

2011년 8월 27일

산길을 걷는데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타기

"타가 다른 사람이 올 때는 음악을 잠깐 줄이는겨

어떤 사람은 조용히 생각하면서 걷는걸 좋아하거던"

"알어 그래서 아까 끈겨"

우리타기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 기특한 우리타기

 

2011년 8월 29일

일요일저녁에 온 이쁜이가 체했다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저렇게 아프다니 안쓰럽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집에서 이렇게 아픈게 다행이다

서울서 아팠으면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2011년 8월 31일

이쁜이가 차고온 팔찌를 주고 갔다

에미에게 뭐라도 주고 싶어 하는 우리 이쁜이맘이 느껴진다

우리이쁜이가 다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