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
탁이 공개수업하는 날
수학 디반을 갔더니 이십명 정도 되는 도령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다
탁이말로는 선생님도 포기하고 애들도 포기해서 수업시간에 따로논다고 하더니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애들이 제법 선생님 설명을 듣는 자세다
함수설명인데 엑스가 뭐고 와이가 뭐고 하는데 말만 들어도 어렵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들으니 쉬운 내용이다
그래 엑스값에 따라 와이값이 달라지는 거고 거기서 와이값만큼 바꿔주면 그래프가 움직이는거야
아 저런거는 분수계산을 못해도 설명만 열심히 들으면 풀 수 있겠네
우리탁이가 조그만 마음을 바꾸면 시험점수 13점은 안나오겠구먼..
이러구 있는데 선생님이 애들한테 질문을 하신다
자 이렇게 되는거거든? 그럼 이 문제 답은 뭘까요?
똑같은 문제방식에다 숫자만 달라진 건데 대답하는 도령이 아무도 없다
우리탁이를 보니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인 채 앉아있는 것이 몸만 의자위에 있지
마음은 여기에 없는 사람이다
아무도 대답을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내가 손을 번쩍 들 뻔 했다
선생님이 하나하나 떠먹여주다시피 하니까 겨우 답을 만들어 낸다
아이구 이 도령들을 워쩌면 좋다나
디반 수업보러온 엄마는 나 하나여서 선생님한테 인사드리기는 좋았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니 내맘이 선생님 맘이라 웃으신다
선생님 제가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저 가끔 우리탁이 이름좀 불러주세요
저 학교다닐때 선생님이 이름불러주면 참 좋았거든요
선생님이 이름불러주시면 탁이가 긴장도 좀 할거구
선생님이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생각에 의욕도 생길 거 같네요
그래주신다고 약속을 하셨는데 덕분에 우리탁이가 수업시간에 자세라도 바르게 하고 앉았으면 좋겠다
탁이 스스로 마음이 생겨 공부를 시작하는걸 기다리고 싶은데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가야 되니 참 속이 탄다
지 말로는 예고를 간다는데 예고도 200등 안에 들어야 간다는걸 지금 성적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이쁜이가 저 혼자서도 잘 해서 탁이도 그러려니 했는데 내가 너무 방관했다
학습에 흥미를 못느끼면 다른 것에라도 의욕을 보여야 할 거 같은데 그것도 없다
내가 탁이 때문에 요즘 많이 허둥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