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정리

천천히2 2011. 5. 14. 20:46

엄니네 부엌 싱크대를 바꾼다

이참에 그릇을 정리한다

칸칸에서 참 많이도 나온다

묵은 사기그릇, 스댕그릇, 아가씨가 처녀적 다니던 회사에서 가져왔다는 서양요리기구, 플라스틱그릇 등등등

예전에는 집에서 큰일을 다 치러서 그릇이 많았다는 엄니설명

"이걸 다 어찌 버린대니 스댕은 고물장수가 가져간다니께 주면 되는데 사기그릇은 파묻을 수도 없고 참 골치다"

진짜 골치다

썩지도 않을 이것들

 

엄니연세 일흔일곱

엄니는 당신 죽음이 멀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신다

당신 스스로 정리할 거를 계속 찾아내신다

그런 엄니를 보며 나도 내 죽음 뒤를 생각하게 된다

기억말고 남길게 뭐가 있겠나

나는 썩는 재질로 된 것만 써야겠다

그리고 이제 더 늘리지 말고 있는 것 줄여가며 살아야지

내 죽음 뒤를 생각하니 단순하게 간단하게 살아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