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옛날이야기

천천히2 2010. 9. 20. 11:20

"엄니는 어떻게 마전으로 시집오셨대요?"

엄니랑 장에 갔다가 동네로 들어가는 버스를 놓쳤다

신양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산정서 내려 오리길을 걷는다

말없이 걷기 적적해 슬그머니 꺼낸 내 말에 울엄니 옛이야기 들려주신다

그때는 방물장수라고 있었어 그니가 소개해줬지

이동네 저동네 돌아댕기니까 예전에는 그 사람들이 중매를 많이 섰어

그때는 시집가면 지금처럼 친정에 자주 못왔어

명절때나 와서 며칠 있구 했지

그때나 되야 친구도 만나고 했는데 나랑 한동갑 친구는 공주로 시집을 갔어

시집간 다음핸가 다다음핸가 추석때 친정엘 갔는데 그 친구도 왔더라

근데 그 친구가 날보구 같이 도망가자고 하더라 도시가서 돈벌자구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겁이 많은데 그 친구는 겁이 없는 편이었어

그친구가 신랑이 너무 못생겨서 살기 싫다고 그러는데 나는 겁도 많기두 하지만

나야 신랑인물이 좋으니께 그럴 마음이 없었지(울엄니 이 말씀 하시며 살짝 웃으신다)

며칠을 꾀는데 난 울엄니 무서워서 못간다고 그러구 그 친구는 기어이 인천인가 어디로 도망을 갔어

거기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이었단다

슈퍼한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몇년 고생고생하다가 그 남자랑두 헤어지고 다른 남자 만났다더라

그러다가 연락이 끊겼는데 소문에는 암병이 걸렸다구두 하고 지금은 죽었을지도 모르겄다

내가 그 친구는 꼭 찾아보고 싶은데 말이다

 

마흔 중반에 아버님 돌아가시고 삼십년을 홀로 사신 엄니

혼자인 허전함을 어찌 견디셨을까

혼자인 고단함을 어찌 견디셨을까

나처럼 든든한 시어머니가 계시지도 않았는데 어찌 견디셨을까

몇년새로 부쩍 작아진 엄니의 뒷모습이 삭정이 같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