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자전거타고

천천히2 2010. 9. 16. 11:03

무한천변공원에서 자전거를 탄다

초가을 선들바람 속으로 스르르 미끄러지는 기분이 감미롭다

바람속에 향긋한 마른풀냄새 섞여 더욱 황홀하구나

눈을 감으면 만화속의 한장면처럼 다른 세상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자유로운 순간

핸들에서 두손 놓고 팔을 활짝 벌리고 싶지만 운전실력이 녹슬어 한손만 자유롭다

한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나는 난다

한마리 독수리처럼 우아하게 의젓하게 난다

반달이 떴다

엊그제만해도 가느다란 눈썹달이었는데 쑥쑥 잘도 크는 달이다

살짝 기운 달이 뒤집혀진 거북이같아 귀엽다

무한천 위로 내려오는 달빛이 희미해 애잔하고 쓸쓸하다

달빛은 여울지는 물결따라 와글와글 끓다가

잔잔한 물결 위에서 그림처럼 고여있다

흔들리는 것은 정작 내 마음이었는데 여지껏 달빛이 흔들리는줄 알았네

보이는 대로 생각하지 말 것

운동장을 비추는 눈부신 조명등 불빛 속에서 온갖 날것들이 함박눈 휘날리듯 난다

땅에 닿지 않을 늦여름의 함박눈

풀벌레 소리 한가한 아름다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