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눈물이 그렁그렁 오구

천천히2 2010. 8. 30. 11:20

14살 타기와 45살 내가 오구를 함께 보았다

나는 엉엉 울었고 타기는 우는 내가 싫다고 질색을 했다

그런 타기가 나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오구가 슬프지 않다구? 이렇게 우는 나를 두고 혼자 가겠다구? 안울게 안울게 같이가~

 

타가 오구 어땠어?

오구가 아니고 호구야 완전 막장이야 먼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고 아들을 혼내고 다시 죽고 그러냐고

그리기 듣고 보니 그러네

어른들은 죽음이 그런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죽으면 먼저 죽어 헤어진 사람도 다시 만나고

산사람들이 잘못하면 다시 와서 혼내주기도 하고

이제 됐다 생각하면 좋은 곳으로 영영 가는거라고 생각하는거지

그래도 호구여 머 그런걸 보고 그 할머니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연기가 된다는 엄마도 호구여

호구라는 말에 재미들린 타기가 호구를 남발하는 오구

 

우리 타기 그럴 수밖에 없겠다

14살 타기가 죽음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겠나

무대위의 할머니를 보며 그 할머니가 돌아가신 나의 엄마이고 그 연세인 우리 엄니이고

곧 그나이가 될 나란 생각에 엉엉 우는 내 마음을 14살된 타기가 어찌 알겠나

하필이면 극중 아들이름도 탁이였으니 

탁아~ 엄마요~ 하는 일상의 대화나 죽은 어머니가 이승의 아들을 찾으며 탁아~ 하는 말들이

그대로 내 얘기처럼 들려 극과 내가 따로일 수 없었다.

죽을 날이 다됐으니 극락왕생비는 오구굿을 해달라고 아들을 조르는 어머니는

굿판에서 무당 석출의 입을 빌어 나오는 자신의 일생에 울다 웃다 놀자판을 벌이다 

나 이제 갈란다 한마디 하고 이승을 떠난다

이승과 저승이 한순간이건만 탁아~ 손짓하며 저를 부르는 어머니를 아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더라

어머니가 남긴 유산으로 살자판을 궁리하던 자식들은 이판사판 죽자판으로 헛된 욕심을 부리고

그 어리석은 판을 보다못한 어머니는 저승가던 발길을 돌려 다시 살아나 제대로 살라고 단도리를 하신다

할말 다 한 그 할머니 천천히 천천히, 젊어 죽어 여전히 젊기만한 낭군 손잡고 저승으로 걸어가시더라

나를 엉엉 울게 하고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떠나가시더라

 

무대위의 강부자선생은 일흔연세에 건강치 않은 몸이라 연기가 따로 필요없는 극중 어머니였다

구부정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기만 해도 그 모습이 그대로 눈물이 되버렸다

연극이 끝나고 난후에도 그대로 앉아 엉엉 울다 입구에서 관객을 배웅하는 선생을 만났다

내 앞의 큰애기 한명이 눈물 달고 선생님~하고 안기니 선생도 그 애기 안고는 엉엉 우시더라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렸다

돌아오다 선생의 사인을 들춰보니 건강하세요 흔들리는 필체로 선생은 그렇게 써놓으셨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하는 이들 곁에 있자구요 그 말씀이겠지

다 울었어? 하는 우리타기 말에 다시 감정이 복받쳐 큰길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이승저승이 따로 없다는 얘기지만 산사람 죽은사람 사이가 이리 먼 것을 난 죽는게 너무 슬프다

그래 내가 이렇게 엉엉 우는 것은 내가 우리애기들을 두고 떠나야 할 에미이기 때문이다

죽는건 극락가는거라는 단순명쾌한 타기는 절대 모를 에미라서 이렇게 주책같이 울고 또 우는거다

우리타기 우리이쁜이

나중에 있을 그 이별이 슬퍼 나는 또 운다

 

 

 

 

비오는 토요일 호암아트홀 

무당 석출역할을 한 이의 사인을 받으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만나지 못했다

커다란 키에 맥풀린 그의 음성은 묘하게 허무했다

생에 대한 의지도 죽음에 대한 슬픔도 초월한 듯한 그니 분위기가 아주 매력있었다

돌아오는길 시청역 앞에서 라멘을 먹었다

일본라면은 팔천원이나 했다 아구야

짬뽕국물에 다 풀린 파마같은 면발이었는데 맛은 있었다

굿하는걸 못본 우리타기 오늘 흥미도 없는 연극보느라 애썼다

에미권유대로 공연보러가는걸 얼마나 더 하게 될라나 모르겠다

엄니혼자공연보러 못가니 보디가드겸해서 가자고 꼬드기면 못이기고 따라나서는 우리타기

이 꼼수가 얼마나 더 먹힐지 모르겠다

아직 우리타기에게 보여주고 싶은게 참 많은데 우리타기는 이렇게 관심없다하니 안타깝다

우리타기 귀한타기 고마운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