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랑이쁜이랑

탁이랑 걷기

천천히2 2010. 8. 4. 11:33

우리귀한탁이

아까 지도를보며 우리가 걸었던 길을 확인할 때 탁이가 그랬잖여

"이게 사람이 걸을 길이여?"

맞어 맞어 이 삼복더위에 그렇게 먼길을 걸을 사람이 어디있겄냐

그 길을 우리탁이가 걸은거여

엄니는 그게 너무나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우리가 오늘 걸은게 다섯시간

가는 짬짬히 쉬고 먹고 했으니 온전히 걸은건 네시간

엄니가 계획하기로는 해저물때까지 걷는거였지

계획에는 못미쳤지만 오늘 걸은 그만큼만 해도 우리탁이가 대견하고 뿌듯해

시리미고개서 가마고개를 넘고 동촌삼거리에서 장복을 지나 송악저수지돌아 오형제고개까지

그 긴 길을 엄니랑 탁이랑 함께 걸은거야 

엄니가 왜 우리탁이한테 함께 걷자고 하는지 이유를 말해줬지?

탁이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온마음으로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구

엄니가 살다보니 결과에 집착하고 결과에 휘둘려서 힘든 경우가 참 많더구나

쉽게 만들고 싶은 결과도 유혹적이고

별 힘 들이고 않고 얻게되는 결과에 감사한줄 모르게 되고 말이야

차가 있어 걷는 일이 드문 세상에서 걷는 것은 과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멋진 시간이야

걷는다는 것은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는 과정이지

종아리털을 건드리는 미세한 바람이 얼마나 감미로운지 

물비린내 풀냄새 햇빛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알게 되지

발길에 채이는 아주 작은 곤충이나 풀숲에 숨어있는 조그마한 풀꽃을 보고 그 존재에 감탄도 하게 되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언제나 제자리인 당연한 이치에도 새삼스럽게 진지해지지

내몸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럴 때 철퍼덕 주저앉아 잠시 쉬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도 느끼지

심각했던 일들이 걷다보며 차분히 가라앉아 정리되기도 하고말이야

그런 과정이 살아가는 과정과 비슷해 엄니는 자꾸만 걷는 거구

우리탁이한테도 자꾸자꾸 함께 걷자고 하는거지

오형제고개식당서 밥먹을 때 그집아줌마가 우리탁이를 아주 많이 칭찬해주셨지

어린 애기가 대견하다고 걷는 일이 쉬운일이 아닌데 대단하다고 말야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잘 이겨낼 힘이 될거라고 하실 때는 얼마나 엄니가 뿌듯하던지

비록 우리탁이가 용돈3만원 주겠다는 제안에 혹해서 따라나선 길이기는 하지만

찜통 더위에 그렇게 오래동안 걸은 것은 탁이의 능력이고 탁이의 의 인품이야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될 우리탁이

오늘 탁이와 함께 걸으며 다부랑다부랑 게임얘기를 나누다 보니 엄니가 게임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구나

18세이용가 게임인 프루트타잎이 너무나 하고 싶다는 우리탁이

폭력적이고 잔인할 거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 마음을 닫았는데 공중에서 낙하하는 장면에서

기분이 얼마나 멋진지를 두팔벌려 설명하는 탁이를 보며 엄니가 게임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더구나 엄니모르게 얼마든지 할 수 있을터인데도 18금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는 우리 탁이가 엄니는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고 사랑스럽고 고맙다

그래서 엄니는 탁이가 오늘 받은 용돈 3만원 전부를 게임아이템사는데 쓰는 것을 말리지 않은거여

탁이가 울기 일보 직전까지 갈 만큼 힘든 시간의 댓가로 받은 용돈이니 온전히 탁이몫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탁이는 엄마가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분별력이 있는 남자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지

어쩌면 한방에 3만원을 게임에 지르는게 무모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조차 탁이에게는 또한번의 경험인 것을

가능한대로 많은 판단을 하고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배워나가기를 엄니는 기도한다

생각만해도 가슴설레이는 우리탁이

엄니는 우리탁이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사랑한다 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