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답답한 노릇이다

천천히2 2010. 7. 27. 12:01

본의아니게 옆사람들 하는 얘기를 듣게 됐는데 볼링을 하는 중3아들이 있는 엄마였다

취미가 맞아서 하는 운동이 아니고 체육특기생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할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었다

이번에 대회가 있는데 고입을 앞둔 마지막 대회인데도 선수단 구성이 안돼 출전을 못하고 있단다

선수단 구성이 안된 이유를 듣고 있자니 착잡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사달은 실력이 떨어지는 한 학생 때문이었다

대회 참가 경비를 모두 개인이 부담하는데 지난번 공주에서 열린 대회도 경비가 70만원이나 들었단다

그만한 돈을 들여 참가했는데 그 학생 때문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학생이 대회에 나가겠다고 하는데 누가 돈들여 출전하겠냐는 거였다

듣고 보니 참 답답한 얘기였다

중학생이면 아직 어린 아이들이다

현실감보다는 이상적이고 영웅심이 앞서는 사춘기이다

더불어 운동하며 협동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성취하는 기쁨 등을 경험할 시기 아닌가

함께 하는 과정에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동료애를 다질 기회 앞에서

성적 때문에 아예 그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즐기는 운동이 아니고 입시수단으로 하는 운동의 어쩔 수 없는 이면이다

 

이런 모습이 아이들의 선택인지 부모들의 결정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안타깝기만 하다

진로와 연관이 되어 있으니 부모들의 결정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당장 일년이나 삼사년 후를 위해 내린 결정이 길고 긴 아이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기에는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

부모에게 어쩔 수 없는 악역을 맡기는 이 사회가 답답하다

그러면서 공익광고에서는 부모는 같이가라하고 학부모는 먼저가라 한다고 설교를 한다

 

아 놀라워라

탁이와 이쁜이랑 이 얘기를 해보니

부모의 판단으로 어쩔 수 없이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된 아이들이라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합리적이고 당연한 결정이라는 아이들 반응이다

입시와 관련이 있고 돈이 그만큼 들기 때문이란다

내 생각이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졌나 싶어 많이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