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야근후에

천천히2 2010. 3. 31. 14:45

삼주동안 야근을 했다

아홉시에 출근해서 밤 아홉시 열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월화수목금금과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졌다

집과 회사의 단조로운 반복은 머리까지 단순하게 만들어버렸다

머리가 단순해지니 감정도 무디어져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 없어졌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순간 순간 느끼는 단상들이 많았다

그것들을 글로 쓰는 즐거움이 알콩달콩했다

그런데 야근하는 시간동안 마음이 텅비어버렸다

나의 느낌이 없어 나의 이야기가 없는 텅 비어버린 내 시간

몸이 피곤한거는 견딜만했는데 비어버린 기분이 영 서글펐다

월급 많이 준다해도 이렇게 살면 내가 참 불행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고민스러워진다

아이들 가르치기 위해 낮에 일하고 밤에 아르바이트 하고 주말에 또 일거리를 찾는

엄마들 얘기가 흔한 세상인데 난 이렇게 마음이 한가하니 말이다

나 스스로에게는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내 아이들을 키우려면 지금 내가 버는 것 갖구는 기본도 안되는데

난 왜이리 악착같지 못하고 집안살림 나몰라라 하는 한량같기만 한것인지

내가 마음자세가 성실한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죄책감이 든다

 

내가 입장을 확실하게 정하고 산다면 참 간단하고 좋을거 같다

성실한 엄마이기를 아예 포기하거나

그러지 못할거면 곁눈질 안하고 온전히 아이만을 바라보거나

이도저도 아닌 경계에 서서 이리 가야 하는데 저리 가야 하는데

이러고 있으니 참 마음이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