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내가 만일

천천히2 2009. 4. 25. 21:57

내가 만일 파리바게트 주인이라면

조기 앞에 뚜레주르생긴다는 소식들었을 때

철렁했겠네. 장사 잘 되는데 경쟁자라니

짜증나겠네. 잘되는 꼴을 못보지

겁먹겠네. 우리 손님 저리로 다 가면 어쩌지?

 

그래도 내가 만일

파리바게트 주인이라면

뚜레쥬르개업 전날

식빵 천원에 팔지는 않겠네

뚜레쥬르개업날

행사도우미 불러 풍악울리며 30%할인판매하지 않겠네

뚜레쥬르개업 다음날

여전히 할인해판다고 광고하지 않겠네

 

대신

뚜레쥬르개업날 작은 화분 하나 들고

빵사러가겠네

같은 빵쟁이끼리 잘해보자고 말하겠네

그리고 돌아와

내가게 유리를 한번 더 닦고

싱싱하고 예쁜 화분 내놓겠네

편하고 아름다운 음악, 향긋한 커피향으로 가게안을 채우고

내가게 찾는 손님들에게 말한마디 더 다정하게 건네겠네

 

천지차이나는 빵맛이 있겠나

빵집이어도 빵은 두번째라 생각하겠네

파리바게뜨여서가 아니라

그집이어서 찾는 내가게 만들겠네

 

뚜레쥬르생기면서 파리바게뜨가 안달하는 걸 보면서 해본 생각이야

세상에서 제일 힘든게 입장바꿔 생각하는거라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파리바게뜨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가한 생각이지

내가 저럴 수 있을지

아니면 저 주인보다 더 안달복달할지 전혀 감이 안잡혀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생각난게

내가 참 자신감이 부족하구나

그래서 아예 경쟁을 피하려고 하는구나

그러니 이렇게 황당한 생각을 하는구나 이거였어

이 얘기를 뒤집어 보면

결국은 내가 이런 배려를 받고 싶다는 얘기일수도 있는거니까말야

 

중요한 건

이쁜이 이날 응모권당첨되서 케익을 꽁짜로 받았다는거지

 

그럼 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