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막차

천천히2 2009. 3. 20. 20:08

막차 타고 엄니네 가면 그차 삼바실 들러서 되돌아 나올 때까지 한 십분정도 여유가 있다
어제 아침 청국장 빼놓고 갔다고 걱정하시는 엄니전화를 받고 퇴근후 대술을 갔다
차턱에 엄니가 나와계셨다
또 얼마나 챙겨넣으셨는지 가방이 묵지근하다
버스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엄니가 
"아참 단감가져올걸. 기다려라 내가 갔다올게" 하신다
"차 곧 올거 같은데요. 제가 뛰어갔다올게요"
"아녀 또 차 놓치면 안되니께 내가 갔다올게" 하시더니 막 집으로 가시는 엄니

차길 한번 보고 엄니네 한번 보고..

벌써 저만치서 버스 오는게 보인다
나를 가운데 두고 이쪽에서는 버스가 오고 저쪽에서는 엄니가 뛰어오시고
먼저 도착한 버스를 세워놓고 기사아저씨한테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뛰어오시는 엄니
부릉거리는 버스
내맘이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차에 오르고서도 엄니가 들어가시는지 어쩌는지 내다볼 경황이 없다
버스가 하삼을 지날 때쯤 단감봉다리 들고 막 뛰시던 엄니 모습이 떠오르며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우리 엄니 버스 놓칠까봐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집에 와서 가방보따리를 풀어보니

청국장 겉절이 문어삶은거 요구르트 바나나 세개 빵 한개 그리고 고무장갑 하나가 들어있다

차턱에서 도지 받았다고 돈봉투를 주시면서 애들하고 겨울에 춥지 않게 보일러 때라고 하시던 엄니
우리 엄니 추위 엄청 타시면서도 기름값 무섭다고 어지간한 추위에는 전기장판으로 버티시며 한겨울 나신다
내가 참 사람노릇 못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