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2일

벚꽃 아래로 걸어오는 할머니 머리 위에 하얀 꽃잎 두개 앉았다

"머리에 꽃있어요~"할머니 겸연쩍게 웃으신다

"참 이뻐요"

꽃잎 두개 떼어내 보여드린다

할머니가 이쁘게 웃으신다

 

커다란 벚꽃나무아래

산들바람이 지나간다

하얀 꽃잎 나비처럼 난다

하얀 나비 꽃잎처럼 난다

 

2016년 4월 14일

이주 전에 엄니가 챙겨주신 부추

야근하고, 여행갔다 오느라 오늘에서야 부침개를 했다

"탁아 이거 봄에 처음 올라온 부추인데 그게 몸에 참 좋대

할머니가 우리탁이 맛있게 해주라고 특별히 챙겨주신거여"

탁이가 맛있게 먹는다

귀한 것을 먹는 귀한탁이를 보는 마음이 뿌듯하다

 

2016년 4월 20일

동물농장에서 오리와 닭이 함께 사는 농장얘기가 나왔다

스트레스를 받은 오리가 닭털을 뽑아 먹었다

닭의 등과 엉덩이가 벌겋게 드러나

보기만 해도 고통이 느껴진다

 

누워서 완스어폰어타임인더웨스트를 듣고 있는데

문득 그 닭들이 생각난다

슬픈 음악에 슬픈 닭

갑자기 터지는 눈물

자두를 안고 엉엉 울어버렸다

 

2016년 4월 21일

마트수족관에 갑오징어가 헤엄을 친다

반듯하게 서서 짧은 다리를 몸에 붙이고 있으니 기다란 동그라미다 

몸을 두르고 있는 레이스같은 지느러미가 하늘하늘 부드럽다

아름답다

통통한 몸집이 귀엽다

예쁘구나 갑오징어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아~

쫀득하면서도 아삭거리는 식감

달큰한 맛

내가 갑오징어회를 참으로 좋아한다

저 귀여운 갑오징어가 살아있는 몸으로 칼을 받을 생각을 하니

내 몸 어디에 날카로운 통증이 인다

더 서있을 수가 없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2016년 4월 24일

엄니랑 뒤란 산비탈에서 두릅을 따고 산나물을 뜯었다

작은엄니네 뒤란서 오가피순 조금 뜯은거까지 해서

조물조물 무쳐 저녁을 차렸다

어설픈 솜씨로 마련한 밥상에 앞집할머니랑 당숙모도 모셨다

내딴에는 나물향 살린다고 두릅만 초고추장에 무치고 나머지는 간장에 무쳤는데

엄니랑 앞집할머니 입맛에는 고추장이 좋은가부다

고추장 발라 드신다

그렇게라도 해서 맛있게 드시니 참 좋다

 

2016년 4월 26일

학교갈 채비를 하는 탁이가 못보던 옷을 입는다

"못보던 거네?"했더니 "산거야"한다

며칠전 장학금 들어온 걸로 옷을 산거는 아는데 설마 그 돈 다 옷샀을라구 했는데

사십만원 들어온거 나한테 빌려간 돈 십만원 갚고

나머지 삼십만원 다 옷사는데 썼단다

머 저런애가 다있나

현관에서 배웅하는데 사랑한다는 말이 안나왔다

내가 탁이를 어떻게 키운건지 모르겠다

심란하다

 

2016년 4월 27일

떠날 채비를 마친 민들레솜털이 한없이 가벼워보인다

미련이 없으면 이렇게 가벼울 수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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